세금이 집값을 올리기도 한다고? 보유세·양도세의 두 얼굴

최종 업데이트 2026-09-08

"세금 때문에 못 팔겠다"는 말의 속뜻

부동산 뉴스가 뜨거워질 때마다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양도세(집을 팔 때 시세 차익에 매기는 세금)가 너무 높아서 집을 못 팔겠다"는 하소연이다. 집값이 많이 올랐을수록 이 목소리는 커진다.

그런데 반대편에서는 "보유세(집을 가지고 있는 동안 매년 내는 세금)가 약해서 집을 계속 쌓아두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파는 것도 문제, 가지고 있는 것도 문제라면 도대체 세금이 무엇을 하려는 걸까.

두 세금은 각각 다른 행동을 겨냥한 '사회적 신호'다. 어느 쪽에 무게를 싣느냐에 따라 시장의 모습이 달라진다.


보유세: 집을 '쌓아두는 비용'을 높이는 장치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보통 '종부세'라 부른다. 일정 공시가격 이상 주택 보유자에게 추가로 매기는 세금)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집값이 오를수록, 집을 많이 가질수록 세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비유하자면 창고 임대료와 비슷하다. 창고에 물건을 쌓아두려면 공간에 비례한 임대료를 낸다. 창고료가 비싸지면 쓸모없는 물건을 정리하게 된다. 보유세도 같은 원리로, 여러 채를 보유하거나 오랫동안 비워두는 비용을 높여 시장에 주택을 내놓도록 유도한다.

사회적으로는 '부의 집중 완화' 기능도 한다. 토지와 주택은 한 사람이 늘리면 다른 사람의 접근이 줄어드는 자원이다. 그래서 많이 가질수록 더 내게 하는 누진(소득이나 재산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방식) 구조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로 볼 수 있다.


양도세: 팔라는 건지, 버티라는 건지

양도세는 집을 팔아서 생긴 이익에 매긴다. 예를 들어 3억 원에 산 집을 6억 원에 팔면 차익 3억 원이 과세 대상이 된다. 보유 기간이 길수록, 1가구 1주택이면 공제(세금 계산에서 빼주는 금액)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

여기서 아이러니가 생긴다. 가상의 사례를 생각해 보자. 20년 전 서울 외곽의 아파트를 1억 원에 산 60대 박씨는 지금 시세가 8억 원이 됐다. 장기보유 특별공제(오래 가지고 있을수록 양도 차익에서 일정 비율을 빼주는 제도)를 적용받아도 수천만 원의 세금이 예상된다. 박씨는 "팔면 세금 폭탄"이라며 매물을 거두고 전세를 놓는다. 팔려는 사람을 줄이니 시장에 나오는 집이 줄고, 이것이 도리어 집값을 떠받치는 역설이 생긴다.

냉장고 비유로 바꿔보면 이해하기 쉽다.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낼 때마다 큰 요금이 붙는다면 사람들은 냉장고를 열지 않으려 할 것이다. 결국 음식은 냉장고 안에 쌓이고 밖에서는 구하기 어려워진다. 양도세를 너무 높이면 이와 비슷한 '잠김 효과(lock-in effect, 보유자가 세금 부담 탓에 매도를 포기하는 현상)'가 나타날 수 있다.


실수요자가 챙길 점

두 세금은 방향이 다르다. 보유세는 "집을 묵히지 말라"는 신호이고, 양도세는 "단기 투기 차익을 노리지 말라"는 신호다. 정책이 어느 쪽을 강화하느냐에 따라 시장에 매물이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먼저 확인할 것은 1가구 1주택 비과세(일정 요건을 갖춘 1주택자가 집을 팔 때 양도 차익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제도) 요건이다.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 조건이 함께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이사 계획이 있다면 미리 요건을 따져봐야 한다.

보유세도 공시가격(정부가 공식으로 정한 부동산 가격)이 기준이 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실거래가와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공시가격이 오르는 해에는 세 부담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다주택자라면 합산 기준이 적용되므로 가족 명의까지 포함해 점검하는 것이 좋다.

세금 제도는 정권과 시장 상황에 따라 자주 바뀐다. 특정 시점의 세율이나 공제 한도를 외우기보다, "보유세는 묵히는 비용, 양도세는 차익에 대한 사회적 배분"이라는 원칙을 이해하면 새 규정이 나왔을 때 방향을 스스로 읽을 수 있다. 세금은 집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를 담은 거울이다.